어글리 베티(Ugly Betty) 시즌1~시즌4, 2006~2010
드라마, 코미디
심심할 때마다 가끔 디즈니 영화나 보려고 디즈니플러스를 구독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내 취향을 알았는지 추천 알고리즘이 딱 이 미드를 추천해 줬다. 사전 정보 하나도 없이 1화를 봤는데 재밌어서 그 후로 매일 쉬지 않고 시즌4까지 달렸던 것 같다ㅋㅋ 어느 정도냐면 쉴 때, 밥 먹을 때, 이동할 때 등등 짬나는 시간에 어글리베티만 계속 틀어놓고 봤었다. 어쩔 때는 삘 받아서 몇 편씩 연달아보곤 했었는데 다 보고 나니깐 좀 더 천천히 아껴볼걸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미드 제목이 어글리 베티인 거에서부터 예상 가는 대로 처음엔 어글리 했던 주인공이 점차 자신을 찾아가는 스토리다. 주인공 베티역을 맡은 배우 아메리카 페레라 본인은 매력적인 분이지만 드라마를 위해 못생김을 플러스하는 분장을 한 것 같은데 엄청 자연스럽다. 막 안 씻어서 더러운 느낌이 아니라 헤어스타일, 액세서리, 패션 모두 투머치하게 해서 매력을 가려버린달까..? 보통의 패션 드라마들은 투머치하게 입더라도 예쁜데 베티는 진심으로 예뻐 보이지 않음. 당연히 이런 반응을 노린 거겠지? 나만 모르는 패션세계가 있는 거 아니겠지?ㅋㅋ;
패션잡지 회사 첫 출근날 이 판초를 입고 출근함ㄷㄷ... 베티 성격이 찐찐찐 긍정적, 낙천적이긴 하지만 패션을 잘 모르는 내가 봐도 이건 너무 했어.. 근데 이런 캐릭터들이 볼매라서 회차가 진행될수록 귀여워 보이기 시작한다ㅎ
이렇게 패션의 세계를 모르는 베티가 패션잡지 '모드'에 취직을 할 수 있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다. 바로 이 남자, 모드의 편집장인 다니엘 미드가 여자를 엄청 좋아하는 바람둥이라서 주변에서 일하는 여자들을 다 꼬셔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니엘의 아버지인 브래드포드가 베티를 보고는 바로 다니엘 비서로 채용해 버린다. 베티정도는 돼야 다니엘이 여자로 안 본다 이거지..
사실 베티도 모드에 취직하려고 했던 건 아니고, 더 큰 범위인 잡지사 '미드'에 면접을 보려다가 덜컥 패션 잡지 편집장 비서가 되어버린 거다. 미드라는 잡지 회사에 잡지 하나가 모드인 것. 원하던 곳은 아니지만 어쨌든 취직이 되었고, 돌봐야 할 가족들이 있기 때문에 다녀보기로 마음먹는다. 1화에서부터 모드 사람들이 거의 베티를 괴롭히다시피 행동하는데 베티는 자신의 긍정적인 가치관으로 의연하게 대처하고, 결국엔 주변인들을 긍정적으로 만든다. 소심한 것 같다가도 필요할 땐 힘을 낼 줄 아는 성격이라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다.
베티의 삶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가족, 아빠 이그나시오 수와레즈, 언니 힐다, 조카 저스틴. 아마 어떤 일에서도 베티를 버티게 해 주는 게 가족이 아닐까 싶다. 가족 구성원 각각에게 많은 에피소드들이 생기지만 서로 의지하고, 힘을 보태서 앞으로 나아가는 게 좋았다.
앞선 등장인물들은 따뜻했다면 이 여자 윌레미나 슬레이터는 빌런이라고 할 수 있다. 느낌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편집장 생각하면 됨. 빌런답게 베티가 해결해야 할 사건들을 막 발생시키지만 또 아예 없으면 모드가 잘 안 돌아갈 정도로 능력이 좋다. 본인도 본인의 능력을 알아서 단독 편집장이 되고 싶어 하는데, 아빠빽이 있는 다니엘을 밀어내지 못하고 공동 편집장을 맡는 약~간 불쌍한 면도 있다.
다니엘의 비서하면 베티, 윌레미나의 비서하면 마크. 윌레미나처럼 외모가 항상 흐트러짐 없고, 꾸미는 걸 좋아하는 게이다. 보통 게이 친구는 주인공 편인데 마크는 베티의 외모를 엄청 놀려댄다. 베티 주변에서 맨날 괴롭히다 보니 점차 서로 티키타카하는 라이벌이 된다. 물론 마크는 베티를 라이벌로 생각조차 하기 싫어한다. 마크도 윌레미나의 비서니까 당연히 능력이 출중하지만 윌레미나가 베티를 자신의 비서로 만들려고 한 적도 있어서 베티 승?
마크랑 항상 붙어 다니면서 베티를 놀리는 모드 안내원 아만다 태넌. 엄청 미인인데 백치미. 아만다도 처음에는 진짜 베티를 싫어하는 게 보이는데 점점 베티에게 마음이 가게 되는 캐릭터 중 한 명인 것 같다. 표정 변화가 별로 없어서 아만다의 감정은 잘 모르겠다. 보다 보면 마크, 아만다가 그렇게 나쁘기만 한 캐릭터는 아니기도 하고, 이 둘이 없으면 드라마에 큰 재미요소가 빠지는 거라고 생각한다.
난 거의 15년이 지나서 이 드라마를 접했기 때문에 그 당시 얼마나 유명했는지 전혀 몰랐는데, 갑자기 린제이 로한이 나와서 놀랐다. 린제이 로한뿐만 아니라 다른 유명인들이 나오는 걸 보고 꽤 잘 나가던 드라마였구나 생각했다. 린제이 로한은 여기서도 mean girl 이미지로 나옴. 여하튼 신기했다.
결말은 상상의 여지를 좀 주는 열린 결말이다. 외면도, 내면도 성숙해진 베티는 그동안의 경험, 경력으로 영국 잡지의 편집장 자리에 스카웃되어 영국으로 떠난다. 베티의 꿈이 편집장이었기에 아주 잠깐 영국 생활을 보여주는데도 행복해 보였다. 그러다 우연히 영국 거리에서 다니엘과 부딪히고..!! 이런저런 이야기하다가 같이 저녁 먹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그렇게 끝. 결말도 완벽했다고 생각한다. 결국 다니엘이었어ㅎㅎ
안녕, 베티
배우들 간의 케미도 좋았고, 매화 스토리 다 좋았다. 특히 초반이랑 후반 베티가 진짜 다른 사람 같을 정도로 성숙해져서 뿌듯하면서 한편으로 씁쓸했다. 씁쓸한 감정은 드라마가 끝이라는 걸 느껴서인지, 내가 비슷한 시기를 겪고 있어서인지 모르겠다. 과몰입 중. 웬만하면 한번 본 드라마는 다시 안 보는 편이라 추억 속에 묻어둬야겠다. 두 번 볼 정도의 드라마도 아니고, 처음 볼 때 천천히 아껴보는 걸 추천!
p.s. 어글리 베티 볼 때 갑자기 바비에 아메리카 페레라 나온대서 당장 영화관 가서 봤음. 여전히 연기는 잘하시던데 베티 때가 엄청 어렸을 때구나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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