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경삼림(重慶森林), 1994
드라마
홍콩 / 102분
중경삼림 ost는 감히 동양의 해리포터 ost급이라고 생각한다. 노래가 좋기도 하지만 거의 영화 내내 이 노래들을 깔아놔서 노래 시작 부분을 듣기만 해도 중경삼림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제는 ost만 들어도 마치 영화 속 홍콩에 들어간 기분이 든다.
홍콩 하면 딱! 떠오르는 영화 중경삼림.
사실 이름만 들어봤지 홍콩영화라는 것 빼곤 이 영화에 대해 전혀 아는 게 없었다. 우연히 티빙 첫 화면에 위의 영화 포스터가 있었고, 이 포스터에 홀려서 보게 되었다. 새벽이라 재미없으면 바로 자야지라는 생각으로 눌렀는데 생각보다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끝까지 봐버렸다. 영화 스토리가 엄청 재밌다기보단 진짜 분위기가 사람을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역시 오랜 시간이 지나도 회자되는 영화는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영화는 한편이지만 안에 스토리는 두 편으로 나눠져 있다. 첫 스토리에는 임청하, 금성무가 나온다. 처음부터 둘이 아는 사이로 나오는 건 아니고 각자의 삶을 사는 걸 먼저 보여준다. 여자친구에게 이별통보를 받았지만 전화로라도 계속 매달려보는 금성무, 마약을 운반하기 위해 홍콩에 사는 인도인들로 조직을 꾸미는 임청하. 접점이 1도 없어 보이지만 둘 다 다른 의미로의 실연을 당하고 찾아간 한 바에서 마주친다.
금성무는 전여친을 잊으려고 바에 처음 들어오는 여자와 사랑에 빠지겠다는 다짐을 한다. 그 순간에 들어온 여자가 임청하였고, 금성무가 먼저 임청하에게 다가간다. '파인애플 좋아하세요?'라는 물음에 임청하가 대답이 없자 4개국어로 물어보는데 마지못해 대답을 해준다. 영화로 봐도 4개국어로 애교 부리는 금성무가 짱 귀여운데 바로 옆에서 그러면 어느 여자가 대답을 안해주겠냐고오💗
술에 떡이 된 두 사람은 함께 호텔로 가지만 임청하는 낮에 겪은 일로 피곤한 탓에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잠이 든다. 금성무는 밤을 새우고 이른 아침에 먼저 호텔방을 나간다. 이전의 일들은 다 잊으려는 듯이 폭우 속에서 조깅을 하고 있는 금성무의 삐삐로 한통의 연락이 온다. 전여친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이 연락은 임청하의 생일축하 메시지였다. 바에서 금성무가 흘러가듯이 말했던 생일을 기억하고 보낸 것이다. 임청하 센스에 나까지 심쿵한 장면이다ㅎ
영화 속에서 늘 선글라스를 끼고 있길래 임청하 얼굴이 너무 궁금해서 검색을 했더니 이 사진이 나와서 좀 놀랐다. 예전에 핀터레스트에서 이 사진을 보고 옛날사진인데 진짜 예쁘다고 생각한 적이 있고, 내 머릿속에 강한 인상으로 남아있었는데 주인공이 임청하였다니.. 선글라스랑 요상한 가발을 쓰고 있어도 역시 미인은 미인이구나😎
어쨌든 임청하와 금성무는 하루 만남을 끝으로 헤어지고, 이후에 자신들의 실연을 각자의 방식으로 해결한다. 임청하와의 잊지 못할 하루가 지나고 늘 가던 식당에 간 금성무는 왕페이와 아주 잠깐 스치듯 마주친다. 이때 금성무의 나레이션을 끝으로 왕페이와 왕조위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식당은 왕페이 사촌오빠의 가게였고, 페이는 여기서 알바를 하는 중이었다. 일하던 중 샐러드를 사러 양조위가 찾아오면서 둘의 인연이 시작된다. 중경삼림 ost인 california dreamin'을 bgm으로 제복을 갖춰 입은 양조위가 첫 등장하는데 포스며 눈빛이며 장난 아니라서 그 모습이 바로 각인 돼버렸다. 바로 내 마음속에 저장-⭐ 영화를 보기 전에는 금성무가 트렌디한 미남이라 좋았는데 양조위는 특유의 분위기가 넘사벽이라 결국엔 양조위에게 빠져버렸다..
페이도 아마 나랑 같은 이유로 양조위에게 반하지 않았을까ㅎㅎ 하지만 양조위에겐 이미 스튜어디스 여자친구가 있었다.. 얼마 안 가서 헤어지지만. 양조위의 여자친구가 이별편지를 페이가 일하는 식당에 맡기고 떠나는 바람에 식당 직원들, 그리고 페이까지 양조위의 연애사를 다 알게 된다.
페이는 양조위가 식당에 왔을 때 이별편지를 전해주려 하지만, 이별편지임을 눈치채고 있었던 양조위는 이를 받지 않는다. 편지봉투에는 편지뿐만 아니라 양조위의 집 열쇠도 동봉되어 있었는데 이 열쇠를 페이가 갖게 된다. 이때부터 페이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이 시작된다.. 분위기만 바뀌면 뭔가 스릴러가 될 것 같은 행동, 그건 바로 양조위 집 몰래 드나들기이다😱 막 몰래 훔쳐보고 그런 건 아니고 전여친의 흔적을 지우고 자신의 흔적으로 양조위의 집을 채워나간다.
영화 속 페이는 이런 행동을 하면서 행복해 보였지만 내가 괜히 양조위에게 들킬까 봐 조마조마했다. 양조위도 웃긴 게 경찰이면서 집이 완전히 바뀌고 있는데도 눈치를 전혀 못 챈다. 한 번은 페이가 집에 들어가려다가 양조위와 마주치는데 너무 놀라서 다리에 쥐까지 나버린다. 전직 스튜어디스 남친인 양조위는 그런 페이를 위해 종아리 마사지까지 해준다. 쏘스윗. 근데 마사지받는 페이의 종아리가 넘 예뻤음..
아슬아슬하다가 페이가 양조위의 집에서 나오는 순간 양조위와 딱 마주치면서 이때까지의 행동을 들키고 만다. 현실이라면 말도 안 되는 행동인데 이후에 양조위가 페이를 직접 찾아와 데이트 신청을 한다. 언제부터 양조위도 페이를 마음에 두고 있었던 거지..? 종아리에서부터..? 어쨌든 california라는 식당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는다. 하지만 둘의 california에 대한 의미가 달랐던 건지 식당에는 양조위만 나오고, 페이는 편지만 남긴 채 진짜 california로 떠난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페이가 공사 중인 예전 사촌오빠의 식당으로 들어선다. 그곳에는 bgm으로 california dreamin'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양조위가 제복이 아닌 새로운 모습으로 서있었다. 페이 사촌오빠의 식당을 양조위가 샀던 거고 페이가 갑작스레 찾아오자 놀란 양조위 표정이 연기가 맞나 싶게 귀여웠다😖 페이를 쳐다보는 눈빛이 진짜... 유죄. 안 본 지 1년이 지났는데도 이렇게 사랑스럽게 쳐다볼 수가 있는 건가.. 이후에 이 둘의 관계가 어떻게 됐는지 넘나 궁금!!
앞서 말했듯이 중경삼림 줄거리를 하나도 모르는 상태에서 본거라 내가 보기 전에 상상했던 내용이랑은 꽤 달라서 영화가 더 신선하게 다가왔다. 구체적으로 상상했다기보단 영화 자체가 다른 영화들과 느낌이 달라서 그런 것 같다. 중경삼림 관련 영상들 댓글을 보면 다들 겪어보진 못했지만 영화 속 홍콩 분위기가 너무 좋다는데 그 말에 완전 동의한다. 이때까지 본 영화 중에서 분위기만으로 1등을 꼽자면 중경삼림이다👍
영화 스토리 그 자체만으로 그리고 명대사들로도 충분히 좋은 영화지만 혹시나 의미가 있나해서 찾아보던 중에 기억에 남는 댓글이 있었다.
바로 이 댓글.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되기 직전인 90년대 중반에 시대상을 담고 있고, 반환이 돼도 우린 괜찮을 거야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단순히 연인들의 러브스토리라고 생각하기보다 이런 숨겨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보면 영화가 더 흥미진진해진다.
중경삼림은 몇번을 봐도 질리지가 않아서 심심한데 볼 게 없고 하면 bgm처럼 틀어놓곤 한다. 영화가 너무 좋아서 감독 왕가위의 다른 작품인 화양연화도 바로 봤었는데 다음엔 화양연화 리뷰를 써봐야겠다. 아예 왕가위 작품을 전부 리뷰해 볼까나. 사실 화양연화 포스터에 양조위가 있어서 본거지만..ㅎ 왕가위의 뮤즈가 양조위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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